역사적 배경
사천 선진리 왜성의 축조 시기는 1597년, 임진왜란 2차 전쟁인 정유재란입니다. 일본군은 그 당시 조선 남해안을 따라 일련의 ‘왜성’을 세워 해상 보급로를 지키고, 육지 전투를 지원하는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선진리의 입지는 매우 탁월했습니다. 사천만과 남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인근에는 진주성·고성·통영 등 주요 군사 거점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일본군 입장에서는 ‘바다의 관문’이자 ‘육지의 초소’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성곽 축조에는 일본식 성곽 건축 방식인 ‘노즈라즈미’가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석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쌓아올리는 기법으로, 빠른 시공과 높은 방어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성벽의 경사는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져 화포 공격과 충격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띠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실제로 사천해전과 육상 전투가 벌어졌으며, 조선 수군과 명군 연합군이 왜군을 압박하여 결국 성을 포기하게 만든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전투 이후에도 선진리 왜성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일부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성곽에 남아 있는 돌담과 성문터, 배수로 흔적은 16세기 말 동아시아 전쟁사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위치와 가는 길
사천 선진리 왜성은 경상남도 사천시 선진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다와 하천이 교차하는 지형 덕분에 예전에는 배를 이용한 접근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도로망이 잘 발달해 있어 육로로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이용 시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약 15분 정도면 도착하며, 내비게이션에 ‘사천 선진리 왜성’을 입력하면 주차장까지 바로 안내됩니다. 대중교통을 선택한다면 사천 시내버스 중 ‘선진리 방향’ 노선을 타고 ‘선진리 왜성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주차장은 성 입구 근처에 있으며, 주차장은 굉장히 큰 규모여서 어네 방문 하여도 편하게 주차 할 수 있습니다.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성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안내판에는 성곽의 역사와 구조,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 상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사전 지식이 없는 방문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탐방로는 성곽을 따라 순환하는 형태로, 성 위로 오르면 사천만의 푸른 바다와 멀리 남해대교까지 시원하게 조망됩니다. 특히 성 전체가 벚꽃이 장관을 이루며 유채꽃과 어우러져 사진 명소가 되고,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성벽과 잘 어울려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해질녘에는 바다 위로 지는 석양이 장관을 이루며, 그 순간만큼은 전쟁의 흔적보다 평화로운 풍경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방문 후기
제가 직접 선진리 왜성을 찾았을 때 느낀 첫 인상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성벽만 남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작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걸어보니 상당한 길이와 높이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성벽 위에 서면 사천만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져, 왜군이 이곳을 선택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습니다. 성 내부에는 당시의 건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지형의 기복과 잔존한 돌담들이 당시 병사들의 생활상을 상상하게 합니다. 특히 돌담에 남은 홈과 배수로 구조를 보면 단순히 방어 목적뿐 아니라 생활 편의성까지 고려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방문 당시 날씨가 맑아 해변과 바다가 은빛으로 빛났고, 군데군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역사 공부에도 좋았습니다. 다만, 성곽 일부 구간은 돌계단이 가파르고 미끄러울 수 있어,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변에는 사천바다케이블카, 삼천포대교, 남일대해수욕장 등 관광지가 가까워, 역사 탐방과 자연 관광을 하루 코스로 묶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도 주말 나들이나 산책 코스로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유적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사천 선진리 왜성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장이자, 탁월한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입니다. 일본식 성곽 구조와 조선 수군의 전투 기록, 그리고 지금의 평화로운 바다가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뿐만 아니라, 가족 여행, 사진가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이번 주말, 사천 선진리 왜성에 올라 400년 전의 역사를 걸으며, 그 위에 쌓인 현재의 풍경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